요한복음 15:5-10

5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다. 사람이 내 안에 있고 내가 그 안에 있으면, 그는 열매를 많이 맺는다. 그러나 나를 떠나서는 너희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6 누구든지 내 안에 있지 않으면, 그 사람은 꺾여서 말라 버리는 가지와 같다. 사람들이 그 마른 가지를 주워다 불에 던져 태워 버릴 것이다. 7 너희가 내 안에 있고 내 말이 너희 안에 있으면, 무엇이든지 원하는 대로 구하여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이루어질 것이다. 8 너희가 열매를 많이 맺어 내 제자인 것을 나타내면 이것으로 내 아버지께서는 영광을 받으신다. 9 아버지께서 나를 사랑하신 것같이 나도 너희를 사랑하였다. 이제 내 사랑 안에 머물러 있어라. 10 내가 내 아버지의 계명을 지켰고 그의 사랑 안에 있는 것처럼 너희가 내 계명을 지키면, 내 사랑 안에 있을 것이다.” (쉬운성경)

5 "Yes, I am the vine; you are the branches. Those who remain in me, and I in them, will produce much fruit. For apart from me you can do nothing. 6 Anyone who does not remain in me is thrown away like a useless branch and withers. Such branches are gathered into a pile to be burned. 7 But if you remain in me and my words remain in you, you may ask for anything you want, and it will be granted! 8 When you produce much fruit, you are my true disciples. This brings great glory to my Father. 9 "I have loved you even as the Father has loved me. Remain in my love. 10 When you obey my commandments, you remain in my love, just as I obey my Father's commandments and remain in his love. (New Living Translation)

요즘 좋은 가을 날씨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하늘이 어찌나 맑고 높은 지, 구름 한 점 없는 날이 많습니다. 예로부터 가을을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라고 했습니다. 하늘은 높고 말이 살찐다는 뜻인데요. 가을은 곡식이 익어가는 풍요로운 계절이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가을을 ‘등화가친(燈火可親)'의 계절이라고도 합니다. 가을 밤은 기온이 선선하기 때문에 등불을 가까이하고 책을 읽기에 좋은 계절이라는 뜻입니다. 이 좋은 계절에 좋은 책을 가까이해 보시지요. 인문학적인 소양을 기를 수 있는 책을 읽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하나님의 말씀 성경을 읽으면 모든 면에서 유익한 점들이 많습니다. ‘천고마비’ 외에도 가을을 가리키는 말로 ‘만추가경(晩秋佳景)’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늦가을의 경치가 아름답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사는 뉴잉글랜드의 가을은 정말 아름답습니다. 한 두주만 지나면 메모리얼 드라이브와 찰스 강변이 아름답게 물들 것 같습니다. 한번 Route 2를 타고 ‘모학 트레일(Mohawk Trail)’을 드라이브해 보시지요. ‘모학(Mohawk)이라는 인디언 부족들의 이동(移動) 루트인데, 단풍이 정말 아름답습니다, 말 그대로 ‘만추가경’입니다.

전도서를 쓴 솔로몬은 “하늘 아래 모든 일에는 정한 때가 있고, 시기가 있는 법이다” 라고 했습니다. 이 말씀이 Amplified Bible에 “There is a season (a time appointed) for everything and a time for every delight and event or purpose under heaven” 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모든 일에는 정해진 시기(a time appointed)가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모든 기쁨(delight)과 사건(event)과 목적(purpose)을 위한 시간이 있다고 합니다. 이 말씀을 깨닫는 사람은 조바심을 내지 않습니다. 모든 일에 하나님이 정해 놓으신 때가 있다고 믿으니까요. 

솔로몬은 계속해서 이렇게 말합니다. “날 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으며, 심을 때가 있고 거둘 때가 있으며(A time to be born and a time to die. A time to plant and a time to harvest)......” (전도서 3:2) 이 말씀처럼 우리 인생에는 심을 때가 있고, 거둘 때가 있습니다. 씨앗을 심는 농부의 마음을 한번 헤아려 보십시오. 봄이 지나고, 뜨거운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되면 곡식이 익고 열매가 열립니다. 농부는 심고 거두는 하나님의 법칙을 알기에 수확의 기쁨을 생각하면서 씨앗을 뿌리고 가꾸는 수고를 감내(堪耐)합니다.

몇 주 전에 애플 피킹을 가셨던 분들이 저희 집에 크고 탐스러운 사과를 많이 주셨습니다. 먹어보았더니 안에 주스가 많아서 시원하고 달았습니다. 제가 사진으로 찍었습니다. 한번 보시겠습니까? 원래는 이보다 더 많이 주셨는데, 몇 개를 먹고 남은 것을 찍었습니다. 정말 색깔도 곱고 맛있게 익었지요? 

열매에 대해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 중에 “그들의 열매로 그들을 알리라(마태복음 7:20)”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이 말씀을 New Living Translation에서는 “Yes, just as you can identify a tree by its fruit, so you can identify people by their actions” 라고 해석했습니다. 이 말씀을 잘 보면 ‘열매’라는 말은 우리의 ‘행동’을 나타내는 메타포(metaphor)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열매’가 우리의 삶에 주는 메시지가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탐스러운 열매들을 보면서 “나는 과연 한 해 동안 어떤 열매를 맺었는가?” 하고 반성(反省)해 보아야 합니다. 저는 이것이 계절이 주는 축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열매를 맺기 위하여 계획을 세우고, 전략을 세우고, 목표를 세워 그 일을 추진합니다. 열매를 얻기 위해서 그만큼 애를 쓰고, 마음을 들이면 수고한만큼 열매를 거둘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성경에도 “수고의 떡을 먹음이 헛되도다(시편 127:2)” 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먹을 것도 제대로 먹지 못하면서 애를 썼습니다. 그러면, 그만한 대가가 주어지고, 수고에 맞는 결과가 나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할 때 얼마나 낙심 됩니까?

성경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전혀 다른 열매 맺는 삶의 비결(秘訣)이 나와 있습니다. 이 비결은, 내가 수고한 만큼, 내가 애쓴 만큼, 내가 투자한 만큼 열매를 거두는 것이 아니라, 내가 수고하지 않았는데도, 내가 애쓰지 않았는데도 하나님의 은혜로 열매를 맺는 삶의 비결입니다. 우리가 이 열매 맺는 비결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실패를 경험해 봐야 합니다. 시편 127편에 나오는 “수고의 떡을 먹음이 헛되도다” 라는 말씀이 그 말씀입니다. 우리가 아무리 애써도 열매를 맺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때 비로소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은혜로 열매 맺는 삶에 눈을 뜨게 됩니다.

예수님은 자기 제자들에게 이 비결을 알기 쉽게 포도나무를 예로 들어 말씀하셨습니다. 여러분,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포도나무 가지에 열매가 열리기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합니까? 포도나무 가지에 탐스러운 포도송이가 달리려면 가지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합니까? 참 말도 안 되는 질문 아닙니까? 가지가 뭘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가지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냥 포도나무에 건강하게 잘 붙어 있으면 됩니다. 잘 붙어 있기만 하면 때가 되면 열매가 저절로 열립니다. 

우리 눈에 보기에는 가지가 아무것도 하는 일이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가지가 하는 일이 있습니다. 계속해서 포도나무로부터 ‘수액(樹液, tree sap)’을 공급받는 일입니다. 최근에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나무의 수액을 채취해서 먹습니다. 심지어 상품으로 팔기도 합니다. 고로쇠나무나 박달나무의 수액에는 각종 몸에 좋은 미네랄(mineral)이 많이 들어 있어서 건강에 좋다고 합니다. 우리가 많이 먹는 ‘메이플 시럽(maple syrup)’도 단풍나무의 수액으로 만든 것입니다. 이렇게 우리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가지에 포도가 열리기 위해서는 포도나무에서 가지로 ‘수액’이 공급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잘려진 가지나 부러진 가지에는 ‘수액’이 공급되지 않기 때문에 열매가 열릴 수 없습니다.

예수님은 포도나무에 열매가 열리는 원리를 제자들에게 말씀해 주셨습니다. “가지가 포도나무에 붙어 있지 아니하면 스스로 열매를 맺을 수 없는 것과 같이(a branch cannot produce fruit if it is severed from the vine, 4절)” 이스라엘 사람들은 포도나무를 많이 재배합니다. 포도 열매를 따서 포도주를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물이 귀한 이스라엘에서는 포도주가 일상적인 음료와 같습니다. 예수님께서 사람들과 식사하는 것을 보고 예수님을 비난하는 사람들은 “저 사람을 봐. 저 사람은 술꾼이야. 세리와 죄인의 친구야(마태복음 11:19)” 라고 비난했습니다. 평범한 식탁에 나오는 포도주 잔이지만 예수님을 대적했던 사람들은 예수님을 ‘술꾼’이라고 비난했던 것입니다. 

이처럼 포도나무 재배에 익숙한 제자들에게 예수님은 하나님을 농부에, 예수님 자신을 포도나무에, 그리고 그의 제자들을 가지에 비유하셨습니다(1, 5절). 예수님은 가지가 포도나무에 붙어 있어야 열매를 맺는다는 이 원리를 제자들의 삶에 적용하셨습니다. “내 안에 있어라. 그러면 나도 너희 안에 있겠다. 가지가 포도나무에 붙어 있지 않으면 가지 스스로 열매를 맺을 수 없듯이, 너희도 내 안에 있지 않으면, 스스로는 열매를 맺을 수 없다.” (4절) 가지가 포도나무에 붙어 있어야 한다는 말은 곧 예수님 안에 있는 것입니다(Remain in Jesus). 나는 예수님 안에 있고, 예수님은 내 안에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예수님과 나누는 친밀한 교제(a close fellowship with Jesus)’의 삶을 말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말씀을 잘 이해를 못하고 “예수님과 어떻게 친밀한 교제를 할 수 있지?” 하고 질문합니다. 우리가 예수님과 교제하는 방법은 예수님의 말씀을 읽고, 배우고, 예수님의 말씀을 묵상하고, 실천하는 것입니다. 이 말씀을 한번 보세요. “너희가 내 안에 있고 내 말이 너희 안에 있으면(if you remain in me and my words remain in you), 무엇이든지 원하는 대로 구하여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이루어질 것이다(you may ask for anything you want, and it will be granted).” (7절) 무엇이든지 원하는 대로 구하면 이루어진다는 말씀은 열매를 맺는 풍성한 삶을 가리키는 말씀입니다.

끝으로,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가 열매를 많이 맺어 내 제자인 것을 나타내면 이것으로 내 아버지께서는 영광을 받으신다(My Father is glorified and honored by this, when you bear much fruit, and prove yourselves to be My [true] disciples, Amplified Bible).” (8절) 크리스천의 삶에서 열매 맺는 삶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말씀입니다. 우리가 열매를 맺는 것은 선택 사항이 아닙니다. 열매를 맺어도 되고, 상황이 좋지 않으면 열매를 안 맺어도 되는 선택 사항이 아닙니다. 예수님의 이 말씀을 잘 보세요. ‘열매’는 내가 예수님의 제자라는 것을, 내가 크리스천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특별한 ID를 가지고 다니지 않아도, ‘열매’만 있으면 내가 예수님의 제자인 것을 증명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맺는 ‘열매’는 우리가 예수님의 제자라는 ‘증명서(證明書, identification card)’와 같습니다. 여러분이 어디를 가든지 ‘운전 면허증’을 꼭 가지고 다닙니다. 미국에서는 ‘운전 면허증’이 곧 ‘신분증(ID)’이기 때문입니다. 제자의 삶에서 ‘열매’가 꼭 그렇습니다. ‘열매’를 맺는 크리스천은 예수님의 제자라는 신분증을 가지고 다니는 것과 같습니다.

 

‘허드슨 테일러(Hudson Taylor, 1832-1905, 영국)’라는 선교사가 있었습니다. 허드슨 테일러는 진정한 의미에서 중국 선교의 문을 연 선교사입니다. 그는 중국어로 성경을 번역한 큰 업적을 남겼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중국의 ‘내지 선교(內地宣敎, Inland Mission)’를 개척한 사람입니다. 허드슨 테일러 이전에 중국에 온 선교사들이 주로 항구 도시를 중심으로 선교했습니다. 그러나, 허드슨 테일러는 교통과 통신 시설이 없는 깊숙한 오지(奧地)로 들어가 선교했습니다. 사람들은 이런 그를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아니, 해안 지역에도 할 일이 많은데, 왜 굳이 내륙으로 들어가려고 하는가?” 하면서 그를 비난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철저하게 하나님을 의지함으로써 이 사명을 감당했습니다. 그가 중국에서 선교하는 동안 무릎을 꿇지 않은 채 태양이 떠오르는 날이 없었다고 합니다. 이런 그의 영향력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중국 내지 선교를 위해 헌신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테일러가 처음부터 선교사로서 성공했던 것은 아닙니다. 테일러 역시 초기에는 선교의 업적을 남겨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거의 폐인이 되다시피 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불현듯이 요한복음 15장의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그는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다. 사람이 내 안에 있고 내가 그 안에 있으면, 그는 열매를 많이 맺는다. 그러나 나를 떠나서는 너희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요한복음 15:5) 허드슨 테일러는 주님의 이 말씀을 읽으면서 크게 깨달았습니다. 그는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이렇게 주님께 고백했다고 합니다. “The branch of the vine does not worry, and toil, and rush here to seek for sunshine, and there to find rain. No; it rests in union and communion with the vine...Let us so abide in the Lord Jesus(포도나무 가지는 걱정하지 않고 수고하지 않는다. 그리고 햇볕을 찾거나 비를 맞으려고 달려가지도 않는다. 포도나무 가지는 다만 포도나무와 연합하고 교통하면서 온전하게 붙어 있을 뿐이다. 우리도 주님 안에 온전히 거하자).” 허드슨 테일러는 그 때부터 선교 전략을 수정하고 주님과의 교제에 힘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 때부터 그의 선교에 열매가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허드슨 테일러의 이야기를 오늘 우리에게 그대로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요? 크리스천의 삶은 열매 맺는 삶입니다. 하지만, 나의 노력과 열심으로 열매를 맺는 것이 아니라, 포도나무 되시는 주님과 친밀한 교제를 나눔으로써 하나님의 은혜로 열매를 맺는 삶입니다. 우리의 삶에는 두가지 삶의 모드(modes)가 있습니다. 자신의 노력으로 성취하는 삶의 모드가 있고, 하나님의 은혜로 성취하는 삶의 모드가 있습니다. 오해하지 마십시오. 두 가지 모드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이 빵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입에서 나오는 말씀으로 사는 것이다(신명기 8:3)” 이 말씀의 뜻이 무엇입니까? 빵만 가지고는 결코 만족한 삶을 살 수 없다는 것 아닙니까? 하나님의 은혜만 있으면 살 수 있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아무리 애써도 우리의 노력만 가지고는 될 수 없는 한계가 있다는 것 아닙니까? 그래서 우리는 최선을 다하면서도 매사에 하나님의 은혜를 구해야 한다는 것 아닙니까? 

나의 삶에 풍성한 열매가 있는지 반성해 보십시오. 열매가 없습니까? 그렇다면 지금 나의 믿음생활을 반성해 보아야 합니다. 주님께서 말씀해 주신 ‘열매 맺는 삶의 비결’에 대한 말씀을 읽고, 주님과의 교제에 힘쓰시기 바랍니다. 나의 노력을 통해서가 아닌, 내가 애써 수고하고 대가로 열매를 얻는 삶이 아닌, 하나님의 은혜로 열매를 맺는 새로운 크리스천의 삶, 새로운 제자의 삶에 눈을 뜨는 은혜가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