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5/2024 | (대림절 셋째 주일)
건강한 교회 시리즈 41 "분주한 세상 속에서 찾는 기쁨과 너그러움" (Finding Joy and Consideration in a Busy World)
유민용 목사
빌립보서 4:4~9
4 주 안에서 항상 기뻐하십시오. 내가 다시 한번 말합니다. 기뻐하십시오! 5 여러분은 자기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너그러움을 모든 사람들에게 나타내 보이십시오. 주께서 가까이에 계십니다. 6 어떤 일이든, 걱정하지 마십시오. 무슨 일을 당할지라도, 오직 기도와 간구로 여러분이 하나님께 바라는 것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아뢰도록 하십시오. 7 그렇게 하면, 모든 인간적인 헤아림을 뛰어넘는 하나님의 평강이 여러분의 마음과 생각을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지켜 주실 것입니다. 8 ○ 마지막으로 당부합니다. 형제들이여, 무엇이든 참된 것과 무엇이든 경건한 것과 무엇이든 옳은 것과 무엇이든 거룩한 것과 무엇이든 사랑스러운 것과 무엇이든 칭찬할 만한 것이 있다면, 거기에 무슨 덕이나 칭송이 있든지 모쪼록 그런 것들을 마음속에 생각하고 살도록 하십시오. 9 그리고 여러분은 내게서 배우고 받고 듣고 본 것을 실천하도록 하십시오. 그리하면 평강의 하나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실 것입니다. (쉬운말 성경)
4 Always be full of joy in the Lord. I say it again—rejoice! 5 Let everyone see that you are considerate in all you do. Remember, the Lord is coming soon. 6 Don’t worry about anything; instead, pray about everything. Tell God what you need, and thank him for all he has done. 7 Then you will experience God’s peace, which exceeds anything we can understand. His peace will guard your hearts and minds as you live in Christ Jesus. 8 And now, dear brothers and sisters, one final thing. Fix your thoughts on what is true, and honorable, and right, and pure, and lovely, and admirable. Think about things that are excellent and worthy of praise. 9 Keep putting into practice all you learned and received from me—everything you heard from me and saw me doing. Then the God of peace will be with you.(New Living Translation)
대림절 세 번째 촛불이 켜졌습니다. 우리의 삶도 하나님의 은총 안에서 예수 그리스도께서 주시는 기쁨으로 계속되기를 기도합니다. "항상 기뻐하라"는 말씀을 잘 알면서도, 때때로 그리스도의 향기를 드러내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상처로 인해 잠 못 자며 뒤척이기도 하고, 현실의 어려움 속에서 기쁨이 사라질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언제나 내면 깊은 곳을 밝혀 주시고, 우리 안에 그리스도의 빛이 꺼지지 않도록 지켜 주십니다.
지난주 Emmanuel Gospel Center에서 열린 목회 연구 모임에 참석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한인 2세 사역자가 북미 신앙 공동체를 연구하고 신앙 서적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발견한 내용들을 의미있게 나누었습니다. 이민교회 안에서 1세대와 2세대가 동일한 말씀을 들음에도, 문화적 차이로 인해 동일한 단어 조차 서로 다르게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예를 들어, ‘commitment’라는 단어를 사용했을 때, 한인 2세대는 개인의 의지적인 결정과 헌신, 자기결정을 중시하는 차원에서 이해하는 반면, 1세대 들은 ‘commitment’가 공동체를 위한 희생적인 측면을 더 강조하여 받아들인다는 것입니다. 같은 단어에 대한 이러한 이해 차이로 인해 공동체의 형태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초기 기독교 공동체는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모인 공동체였습니다. 때문에 바울은 서로 다른 민족적,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향해 열려진 복음, 즉 보편적 가치를 강조하면서도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기독교적 가치를 통해 구별됨을 강조했습니다.
바울은 사람들에게 너그러움을 보이면서도 유대인들뿐만 아니라 이방인들까지 포함하는 새로운 공동체를 세우기 위해 기독교적 삶의 방식에 대한 새로운 가치 기준을 제시하며, 더 넓은 차원에서 공동체를 형성하고자 했습니다.
첫째,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 기독교적 가치는 무엇일까요?
우리는 그리스도인으로서 그리스도와 문화를 연결하는 시대적 과제에 직면해 살아가고 있습니다. 대중문화뿐만 아니라 정치와 사회 문제에 어떻게 반응하고 참여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급변하는 경제, 사회, 문화 속에서 기독교적 가치가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한세기를 살아 내시고 현재 100세를 넘기신 김형석 교수님이 계십니다. 그분이 쓰신 '교회 밖 하나님 나라'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의 책의 일부입니다.
"1962년 봄학기에 하버드 대학에 가서 한 학기 동안 공부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 학교에 라인홀드 니버가 와 있었습니다. 그분의 강의를 들어 보니 다음과 같은 내용이었습니다. 오늘날 미국의 선조나 선배들 덕분에 세계 최고로 부강한 나라가 되었는데, 그것을 다 우리 것이라 여기고 우리끼리만 행복하고 즐겁게 누린다면 미국은 희망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희망이 있는 나라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바로 선조들이 물려 준 부를 못살고 힘없는 나라들에 나눠 주어야 합니다. 아프리카에 보내고 아시아에도 보내 그 나라들이 잘 살게 되면 미국은 더 잘살게 되어 있습니다. 나눠주지 않고 움켜 쥐려고 하면 위험합니다."
62년 전, 라인홀드 니버는 하버드 강의에서, 부유함을 독점하려는 위험성과 나눔의 가치를 강조하며 학생들에게 깊은 교훈을 남겼습니다. 그로부터 반세기가 넘는 현재 미국과 한국의 모습은 어떠합니까? 인간의 연약함 때문에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욕망을 향해 끝없이 달려가고 있지는 않습니까? 그리스도 안에서 누릴 수 있는 참된 기쁨과 너그러움을 잃어버린 채 살아가고 있지는 않습니까?
리처드 니버는 기독교 윤리학자로 신앙 공동체가 주변 환경과 어떻게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야 하는지를 탐구하면서, 그리스도와 문화의 유형을 구분하는 작업을 통해 후대에 탁월한 고전을 남겼습니다.
믿음생활에 있어서 너그러움은 너무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런데 참된 기쁨이 있어야 이웃과의 관계에서도 너그러운 태도가 흘러 나오게 됩니다. 너그러운 태도는 억지로 되는 게 아닙니다. 그리스도께서 우리와 가까이 계심을 인식하고 있을 때 비롯되는 행동인 것입니다.
바울은 예수 안에서의 기쁨과 너그러움에 대해서 가르칩니다. 우리의 마음을 걱정거리에 두다 보면, 마음 안에 더 큰 염려를 불러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 때문에 주 안에서 항상 기뻐하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만일 우리가 주께서 가까이 계심을 인지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현실의 어려운 문제 앞에서 주님의 기쁨을 잃게 될 것이며, 그로 인해 신앙 생활이 세상이 만들어낸 물질적이고 세속적인 가치들에 영향을 받아 변질될 위험이 있습니다.
바울은 '어떤 일이든 걱정하지 말고, 기도와 간구로 하나님께 바라는 것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아뢰라'고 말씀합니다. 이는 우리가 걱정과 근심 속에서도 하나님께 기도하며 감사하는 가운데, 하나님의 평강이 우리의 마음을 변화시키고 지켜 주신다는 것입니다.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기도와 감사로 하나님께 구하면, 모든 인간적인 이해를 뛰어넘는 하나님의 평강이 그들의 마음과 생각을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지켜 주실 것이라고 말씀합니다.
'하나님의 임재 연습'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로렌스 형제(Brother Lawrence:1611-1691)가 쓴 편지 형식의 글입니다. 그는 프랑스에서 태어났으며, 그 당시 16세기 프랑스는 종교개혁으로 인해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었습니다. 국가는 엄청나게 불안했습니다. 원래 이름은 니콜라 에르망(Nicholas Herman)인데, 그가 어느날 수도원에서 평수사로 생활하며 '로렌스 형제'로 불리기 시작했습니다. 수도원에서 주방 일과 신발 수선을 하던 그는 가장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하나님의 임재를 체험하며, 경건한 삶의 본보기를 보여주었습니다. 당시 수도원에서 주방일은 가장 힘든 곳이었는데 그로 인해 수도원에서 주방이 하나님께 마음을 고정하기 어렵다는 편견이 깨졌습니다. 그는 부엌일이 아무리 바쁘고 어려워도, 하던 일을 혼자 하게 될때에도 그의 마음은 하나님을 향했습니다.
이 책은 지극히 평범한 한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이름도 없이 평범한 일상에서 실천한 하나님의 임재 연습입니다. 그런데 이 책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움직이는 것은 뛰어난 글솜씨가 아니라 하나님을 사랑하며 실천했던 그의 연습들이 독자들에게 하나님을 사랑할 수 있도록 인도해 주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는 도시 한복판에서 하나님의 임재를 연습하며 하나님을 경외하는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바울은 당시 모든 문화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변화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바울은 고난을 두려워 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것을 기꺼이 감당하며 신앙을 지켰습니다.
마틴로이드 존스의 영적침체의 책에 실린 구세군 교회의 대장으로 섬겼던 존 조지 카펜터(John George Carpenter)의 이야기입니다. 그는 자신과 아내가 그토록 아끼고 자랑스러워하던 딸, 동양의 선교사로 청춘을 바친 사랑하는 딸을 어떻게 잃었는지 기록했습니다.
"어느 날 딸이 장티푸스에 걸렸습니다. 부부는 당연히 기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왠지 딸의 회복을 위해 기도할 수가 없었습니다. 계속 기도하면서도 '주님이 원하시면 이 아이를 고치실 수 있습니다.라고 기도했습니다. 적극적으로 고쳐달라고 하지 못하고 원하시면 고치실 수 있습니다' 라고만 했습니다. 그 이상은 구할 수가 없었습니다. 부부는 6주동안 기도했고 어여쁜 딸은 마침내 숨을 거두었습니다. 딸이 죽던 날 아침 존 카펜터는 아내에게 말했습니다.정말 이상하게도 마음이 평안하네. 아내는 자신도 그렇다고 하면서 이건 분명히 하나님의 평강이예요. 라고 했습니다. 그것은 진실로 하나님의 평강이었습니다.”
사랑하는 딸을 잃어버린 슬픔속에서 느껴지는 평강은 어떤 것일까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그 평강은 하늘로부터 내려온 하나님의 평강이었을 것입니다. 인간적인 이해를 넘어서 도저히 이성적으로 납득할수 없는 하나님의 평강이 이 부부의 마음을 붙들고 있었던 것입니다.
둘째, 기독교적인 가치를 바탕으로 세상에서 살아가시기 바랍니다.
바울은 당시 헬라 문화에서 중요시되었던 덕목들을 생각하면서 배우고 듣고 본 것을 실천하며 살아가라고 권면합니다. 참된 것, 경건한 것, 옳은 것, 거룩한 것, 사랑스러운 것과 칭찬할 만한 것이 있다면, 거기에 무슨 덕이나 칭송이 있든지 모쪼록 그런 것들을 마음속에 생각하고 살라는 것입니다. 이는 그리스도인들이 단지 영적인 가치만을 추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세상에서도 칭송받는 가치를 실천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바울은 그리스도인의 삶이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삶을 우선시 하면서도 세상속에서 덕을 쌓는 삶을 통해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여 사람들에게도 칭찬 받을 수 있도록 하라는 것입니다. 하나님께 칭찬을 받고, 사람들로 부터 칭송을 받을 만한 가치를 염두 해 둔 표현입니다.
이러한 덕목들을 삶에 녹여내는 것은 세상 문화속에서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이 신앙과 삶의 간격을 줄여가는 과정입니다. 이는 단순한 도덕적 실천이 아니라 평생 추구해야 할 거룩함입니다. 바울에게 예수 그리스도는 삶의 전부였습니다. 그는 자신의 권리 보다 영혼을 구원하는 일을 더 귀하게 여기며, 나는 날마다 죽노라고 고백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참된 만족을 누렸던 것입니다. 우리가 모든 상황속에서 만족을 누리며 자족하는 비결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능력에 있습니다.
바울의 이 고백을 한번 보시기 바랍니다.
22 믿음이 약한 사람들에게는, 약한 사람들을 얻으려고 약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나는 모든 종류의 사람에게 모든 것이 다 되었습니다. 그것은, 내가 어떻게 해서든지, 그들 가운데서 몇 사람이라도 구원하려는 것입니다. 23 나는 복음을 위하여 이 모든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내가 복음의 복에 동참하기 위함입니다. (고린도전서 9:22-23)
그리스도인의 역할과 책임은 문화에 대한 전면적인 부정보다는,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통해 세상의 일반적인 가치들을 넘어서는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수용하며,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운 가치관을 제시해야 합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위해 이 땅에 오셔서 죽으시고, 부활하셔서 지금도 여전히 자기 백성을 위해 일하십니다. 희망이 위태로워지는 사회 속에서, 교회는 등불을 밝혀 하나님의 빛을 전해야 합니다. 그래야 언젠가 세상의 소망이 영원하지 않음을 깨닫는 사람들이 교회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이 사명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일생을 바쳐 훈련해야 할 일입니다. 두려움과 불확실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느 날 자신에게 없는 평안과 기쁨을 가득 가진 사람을 만나게 되면, 자연스럽게 그 사람을 주의 깊게 보게 될 것입니다.
크리스챤들은 그리스도 안에서의 기쁨과 너그러움을 실천하며, 주님을 증거하는 중요한 도구가 되어야 합니다. 이제 한해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모든 인간적인 헤아림을 뛰어넘는 하나님의 평강이 여러분의 마음과 생각을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지켜 주시길 기도합니다. 사랑하는 교우들의 삶에 하나님의 평강이 풍성히 임하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