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3/2025 | 사순절 세번째 주일
광야의 은혜 (Grace in the Wilderness)
유민용 목사
시편 63:1-8
63:1 오 하나님, 진실로 주님은 나의 하나님이시니, 내가 주님을 애타게 찾습니다. 메마르고 거친 땅에서 목마른 사람이 물을 찾듯 내 영혼이 주님을 간절히 찾아 헤매고, 내 육체가 주님을 애타게 찾아 헤매고 있습니다. 2 내가 성소에서 주님을 뵈었고, 주님의 권능과 영광을 우러러 보았습니다. 3 주님의 한결같은 사랑은 생명보다 더욱 소중한 것이기에, 내 입술이 주께 영광을 돌립니다. 4 내가 살아 있는 동안, 이 목숨이 다하도록 주님을 찬양하고, 내가 나의 두 손을 높이 들고 주님의 이름을 찬양하렵니다. 5 주로 인하여 진수성찬을 배불리 먹은 듯 내 영혼이 아주 충만하고 만족하니, 내가 입술을 크게 열어 기쁨으로 주님을 찬양하렵니다. 6 내가 잠자리에 누워서도 주님만을 생각하고, 밤을 꼬박 지새우면서도 주님만을 그리워합니다. 7 주님은 진정 나의 도움이시니, 내가 주님의 날개 그늘 아래에서 즐거이 노래하렵니다. 8 내 영혼이 주님께 매달리니, 주께서는 권능의 오른손으로 이 몸을 굳게 붙들어 주십니다. (쉬운말 성경)
1 O God, you are my God;
I earnestly search for you.
My soul thirsts for you;
my whole body longs for you
in this parched and weary land
where there is no water.
2 I have seen you in your sanctuary
and gazed upon your power and glory.
3 Your unfailing love is better than life itself;
how I praise you!
4 I will praise you as long as I live,
lifting up my hands to you in prayer.
5 You satisfy me more than the richest feast.
I will praise you with songs of joy.
6 I lie awake thinking of you,
meditating on you through the night.
7 Because you are my helper,
I sing for joy in the shadow of your wings.
8 I cling to you;
your strong right hand holds me securely.(New Living Translation)
사순절 4주차가 되었습니다. 하나님을 떠난 모든 인간의 실존은 메마른 땅에 내몰린 광야와도 같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우리가 있는 광야로 직접 찾아오셨고, 은혜를 주셨습니다. 우리는 사순절 새벽기도를 함께 드리며 40일 동안 내면의 광야로 들어가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이 시간을 통하여 부활의 소망을 더욱 바라보게 됩니다. 피곤함 속에서도 하나님을 갈망하는 마음에 귀한 은혜가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구약의 선지자들은 광야 같은 현실 가운데 있는 백성들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전했고, 예수님은 공생애를 시작하시기 전에 40일 동안 금식 기도하시며 성령에 이끌려 마귀의 시험을 받으셨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출애굽 이후에 물이 없어서 모세에게 불평하고 다툼을 벌였던 경험도 있습니다. 이처럼 광야는 인간의 한계를 마주하는 자리이자 우리를 홀로 버려 두지 않으시는 하나님을 만나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보통 사람이 물없이 견딜수 있는 시간이 3일 정도라고 합니다. 그러니 광야의 시간이 지속되면 사람은 살아갈 수가 없습니다. 본 시편을 쓴 다윗은 아들 압살롬이 반역으로 자신을 죽이려 하자 그 칼을 피하여 유다 광야에서 도망 다녔습니다. 아들의 배신으로 아버지가 느꼈을 슬픔의 감정은 사실 가늠하기가 어렵습니다. 마음에 깊은 상처를 안겨 주었을 것이고, 정신적 충격도 컸을 것입니다.
본 시편의 표제어는 유다 광야에 있을때 다윗의 시입니다. 그런데 이 시에는 탄원과 슬픔보다 성소에서 경험했던 하나님의 영광을 갈망하는 고백이 가득합니다. 관계의 상실감과 배신에 대한 쓰라린 고통 가운데 구원의 기쁨과 소망을 바라 보는 다윗이 참 대단합니다. 다윗은 목마름으로 물을 찾듯이 하나님을 갈망한 것입니다.
죽음의 위협속에서 드리는 기도는 깨어있는 기도요. 절박한 기도였을 것입니다. 63:1 오 하나님, 진실로 주님은 나의 하나님이시니, 내가 주님을 애타게 찾습니다. 메마르고 거친 땅에서 목마른 사람이 물을 찾듯 내 영혼이 주님을 간절히 찾아 헤매고, 내 육체가 주님을 애타게 찾아 헤매고 있습니다.
우리의 인생에서도 하나님 보다 삶의 문제가 너무 크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현실의 상황들이 거대해 보이고, 하나님과의 관계는 단절된 것만 같을 때입니다. 하나님을 믿는 사람이라고 해서 고통으로 부터 면제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예수를 따르는 사람은 하나님을 갈망하며 기도할 수 있다는 것이 다릅니다. 다윗이 하나님을 갈망하며 찾은 것처럼, 종교 개혁자 쯔빙글리도 죽음의 고통 속에서 간절한 기도를 드렸습니다.
당시 유럽은 흑사병으로 인해 수천만명이 사망하던 때였습니다. 그는 삶과 죽음을 오가는 극한의 고통을 겪었으나, 하나님의 은혜로 생명을 회복하는 과정의 기도드렸습니다. 1절은 병이 시작될 때의 고백이고, 2절은 투병 중의 고난 가운데 기도이며 3절은 회복의 기쁨을 노래합니다. "나의 주님 도와 주세요. 죽음이 문 앞에 왔어요. 당신께 부르짖어요. 이것이 당신의 뜻인지요. 저를 죽이려 하는 이 화살을 빼 주시기를. 제가 살 여유도 없으니 저에게 안식을......통증과 압박이 내 영혼과 육체를 사로 잡습니다....제 혀는 침묵하고 어떤 말도 하지 못합니다. 온몸엔 감각이 거의 마비됐어요... ..주 하나님 저에게 건강을 주세요. 다시 회복하는 것 같아요. 이 땅에서 다시는. 죄가 지배하지 못하도록. 입술로 당신을 찬양합니다......오직 당신의 도움으로 완전해 질 수 있을 뿐입니다."
쯔빙글리는 죽음의 병중에서 하나님을 간절히 바라며 기도했습니다. 다윗도 자신의 상황을 목마름으로 표현하지만 실제 상황은 하나님에게서 버림받은 것 같은 느낌이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다윗은 그 상황에서 애타게 하나님을 찾고 그리워 합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감기로 인해 뒤척이는 아이 곁에서 잠을 이루지 못하고 밤새 돌보아 줄 때가 있습니다. 부모는 고통스러워 하는 아이에게 약을 먹이며 기도도 해 줍니다. 자녀에게는 아픔과 고통의 시간이지만, 고통의 시간을 지나며 아이는 부모의 사랑을 더 깊이 경험하게 됩니다.
오늘 이 자리에 계신 성도들 가운데서도 광야의 시간을 보내고 계신 분이 있다면 하나님을 더욱 더 갈망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다윗은 하나님의 임재 가운데 자신을 죽이려는 사람들의 두려움으로 부터 벗어날수 있었습니다.
이진희 목사님이 쓰신 '광야를 살다'라는 책이 있는데, 부제는 ‘광야의 삶을 버티고, 견디고, 이겨내는 방법’입니다. 성경의 인물들을 언급하며 다양한 종류의 광야를 소개하는 책입니다. 아담과 하와가 지은 죄에 대한 형벌로 인간은 농사를 지어야만 살 수 있게 되었고, 수고하며 살아가는 모든 사람은 인생의 광야를 살아간다고 표현합니다. 하나님을 떠난 가인은 자신의 도시를 만듭니다. 그는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도시를 세워야 했습니다. 그런데 죄로 인해 세운 도시는 하나님에 의한 홍수로 인하여 사라집니다. 이후 인간은 다시 바벨이라는 도시 안에 탑을 세우고 하나님의 뜻을 거슬렀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들을 온 지면에 흩어 버리셨습니다. 하나님에 의해서 중단이 된 것입니다.
또 다른 광야가 나옵니다. 기다림의 광야입니다. 아브라함은 하나님께서 하늘의 별처럼 후손들을 주시겠다는 약속을 믿고 25년이라는 긴 기다림의 광야를 지나야만 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힘으로 도저히 가능성이 없을 때, 사라가 자녀 생산의 능력이 끊어졌을때, 비로소 하나님은 기다림의 광야에서 약속을 성취해 주셨습니다.
다윗에게 광야는 어떤 장소였습니까? 하나님의 한결같은 사랑을 기억하는 장소였습니다
3 주님의 한결같은 사랑은 생명보다 더욱 소중한 것이기에, 내 입술이 주께 영광을 돌립니다. 4 내가 살아 있는 동안, 이 목숨이 다하도록 주님을 찬양하고, 내가 나의 두 손을 높이 들고 주님의 이름을 찬양하렵니다.
하나님의 사랑은 죽음의 권세 보다 강하고 죽음을 이기는 힘이 있습니다. 예수님은 사랑 때문에 십자가를 지셨지만, 그 사랑은 죽음이 아니라 부활을 통해 완성되었습니다. 다윗은 자신의 생명보다 하나님 사랑이 더 소중하다고 고백합니다. 하나님의 사랑은 광야의 현실속에서도 하나님과의 관계를 유지하게 해 주는 힘이 된 것입니다. 다윗은 광야에서 연단을 받으며, 주의 사랑에 눈을 뜬 것입니다. 생명을 스스로 보존할 수 없는 그 장소에서 생명의 주인이 되시는 하나님을 더 깊이 신뢰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도망자의 신세였는데, 무슨 음식을 먹어서 만족함이 있었을까요? 그런데 다윗은 진수성찬을 배불리 먹은 듯 내 영혼이 아주 충만하고 만족하니, 내가 입술을 크게 열어 기쁨으로 주님을 찬양하렵니다.라고 고백합니다.
생명의 말씀은 사람의 영혼을 살찌웁니다. 다윗은 죽음의 공포속에서도 하나님을 찾는 것이 영혼의 양식이 되었습니다. 아이들이 성장하며 성장통을 겪는 것처럼 하루 아침에 온전해 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을 깊이 만나는 자리를 통하여 신앙도 한뼘 더 성장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예배는 영혼의 밥상입니다. 한상에 둘러 앉아 먹고 마시며 영혼의 양식을 먹는 것입니다. 다윗의 예배에는 간절함이 있습니다. 간절했던 이유는 그에게 하나님은 자신의 생명보다 소중했기 때문입니다. "이 목숨을 다하도록 주를 찬양하고 두 손을 높이 들고 주의 이름을 찬양하렵니다."
다윗은 잠자리에 누워서도 주님만을 생각하고 밤을 새며 주님을 그리워했습니다. 6 내가 잠자리에 누워서도 주님만을 생각하고, 밤을 꼬박 지새우면서도 주님만을 그리워합니다.
압살롬의 군대가 언제 자신을 급습할지 모르는 상황에 편안한 잠을 잘수가 없었을 겁니다. 잠을 자는 시간은 무방비 상태이니까 다윗은 밤 깊은 시간에도 대적들을 경계하면서 하나님의 보호를 구하는 기도를 했을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정말 혼란스러운 때입니다. 깨어 기도하지 않고는 수많은 의심과 불신 하나님이 원하시지 않는 것들이 우리의 마음에 찾아 들어옵니다. 우리의 영혼을 하나님으로 부터 멀어지게 하고, 믿음의 생각을 허무는 감정들이 찾아옵니다. 그때마다 하나님의 보호와 은혜를 구하는 절박한 기도를 드려 보시기 바랍니다.
8 내 영혼이 주님께 매달리니, 주께서는 권능의 오른손으로 이 몸을 굳게 붙들어 주십니다.
다윗은 주님께 매달렸습니다. 그때 주님의 손은 그를 붙들어 주셨습니다. 개역개정은 '매달리다'를 주를 '가까이 따르다'로 번역했습니다. 종종 찰스강 근처에서 새끼 오리들이 어미 오리를 줄지어 따라가는 것을 보곤합니다. 새끼 오리들은 어미오리를 의지하기에 따르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느 곳이나 존재하시는 하나님은 우리의 보호를 위한 가장 확실한 전제 조건입니다. 우리의 모든 삶의 영역 마다 하나님과 연결 되어 있음을 발견하는 절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주께 매달리면, 우리의 삶이 하나님과 더 깊숙이 연결되어 믿음의 뿌리가 더 깊어지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완전한 사람들이 아니며, 완성으로 가는 여정을 걷고 있는 미숙한 존재들입니다. 따라서 불안과 두려움의 자리는 하나님을 바라보는 장소가 되어야 합니다. 광야를 지나며 우리는 더 넓은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이 어떤 것인지 배우게 될 것입니다.
사순절은 우리 안에 인간적인 생각을 걸러내는 시간입니다. 우리의 생각을 걸러낼수록 은혜의 생수가 길러질 것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이 담겨질 때에 나쁜 생각은 사라지고, 굳은 마음이 부드러운 마음이 되게 하실 것입니다. 사순절은 마음을 돌이키는 절기입니다. 회개하는 마음으로 죄의 습관들, 몸과 마음에 가득한 악한 마음으로 부터 돌이키기를 원합니다. 찢긴 옷을 입은 채 주께 나오면 주님은 우리에게 새옷을 입혀 주십니다. 아프고 상한 마음을 그대로 지니고 나오시기 바랍니다. 주님의 손은 어둠 속에서도 우리를 찾아내시고 건져 내십니다.
세상의 크고 작은 광야를 경험하며 우리는 고난 가운데서도 주님의 율례를 배우며, 주님의 뜻이 무엇인지 깨닫게 됩니다. 캄캄한 길에 비친 하나님의 은총의 빛은 우리 마음 안에 어둠을 몰아 내시고, 하나님을 온전히 바라보게 하십니다.
다윗에게 압살롬과의 갈등은 신앙의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노년에 그는 광야에서 쫓기는 삶을 통하여,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점검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사무엘하 18:5절에 보면, 압살롬의 군대와 다윗의 군대가 내전으로 전쟁하게 되었을때 다윗은 군대를 지휘하는 요압과 아비새, 잇대에게 특별한 명령을 내립니다. “그대들은 나를 보아서라도 어린 압살롬을 너그럽게 대해 주시오. 이처럼 왕이 압살롬에 대해 지휘관들에게 특별히 당부하는 말을 다윗의 군사들이 모두 들었다." 그러나 결국 압살롬은 전쟁 중에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이 소식을 듣고 다윗은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은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는 성문 위의 다락방으로 올라가 큰 소리로 울부 짖었습니다. “아, 내 아들 압살롬아! 내 아들, 내 아들 압살롬아! 너 대신에 차라리 내가 죽었더라면 좋았을 것을! 압살롬아, 내 아들, 내 아들아!”
아들의 반역에도 이처럼 통곡하는 마음은 광야의 시간을 통하여 다윗에게 부어주신 하나님의 마음입니다. 다윗의 이 고백은 하나님이 누구신지 깊이 깨달은 자의 고백이며, 하나님의 사랑이 그의 마음에 부어진 증거입니다. 이번 사순절을 통하여 하나님의 마음을 구하는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