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린도전서 4:1-4

1 이처럼 여러분은 마땅히 우리가 그리스도의 일꾼이요, 하나님의 비밀을 맡은 관리자로 생각해야 합니다.
2 맡은 사람에게 더없이 요구되는 것은 충성입니다.
3 나는 여러분에게 판단을 받든지 세상 법정에서 판단을 받든지 전혀 개의치 않습니다. 심지어 나 스스로도 나를 판단하지 않습니다.
4 나는 양심에 걸리는 것이 조금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흠이 없다는 말은 아닙니다. 나를 판단하시는 분은 주님이십니다. (쉬운성경)

1 Let a man so consider us, as servants of Christ and stewards of the mysteries of God.
2 Moreover it is required in stewards that one be found faithful.
3 But with me it is a very small thing that I should be judged by you or by a human court. In fact, I do not even judge myself.
4 For I know nothing against myself, yet I am not justified by this; but He who judges me is the Lord. (NKJV)

오늘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말씀은 고린도전서 4:1-4 말씀입니다. 이 말씀에서 우리 눈에 들어 오는 다섯 개의 키워드가 있습니다. 첫째는, ‘우리’라는 단어입니다. 도대체 바울이 말하는 ‘우리’는 누구를 말할까 하는 질문이 생깁니다. 둘째는 ‘그리스도의 일꾼’이라는 말입니다. 셋째는, ‘하나님의 비밀’이라는 말이고요. 넷째는, ‘관리자’라는 말입니다. 그리고, 다섯째는, ‘충성’이라는 단어입니다.

이 다섯 개의 키워드와 함께 오늘 말씀의 배경을 알아야 합니다. 이 배경을 모르면 오늘 말씀을 올바로 해석할 수가 없습니다. 사도 바울은 그리스도의 복음을 이방 세계에 전파하기 위해서 하나님께서 세우신 사람 입니다. 그가 고린도교회를 세웠습니다. 고린도라는 곳은 지금의 그리스 영토에 있는 지중해 연안의 해안 도시입니다. 예전에는 도시가 해안을 끼고 발달했습니다. 바다를 끼고 있어야 교통이 편하고, 무역이 편하기 때문에 고대에 발달한 도시들은 거의 예외 없이 바다를 낀 해안 도시들이었습니다.

바울이 모두 세 차례에 걸쳐 전도여행을 했는데요. 고린도는 바울의 제 2차 전도여행 중에 들렸던 곳입니다. 바울은 고린도를 하나님의 선교의 전략도시로 꼽았습니다. 그 이유는 하나님께서 고린도 에 대한 특별한 메시지를 주셨기 때문입니다. “내가 너와 함께 있을 것이니, 아무 사람도 너를 대적 하여 해롭게 할 자가 없을 것이다. 이 도시에 내 백성이 많이 있다.” (사도행전 18:10) 그래서 바울 은 고린도에 1년 6개월을 머물면서 하나님의 말씀을 가르쳤습니다.

그렇게 해서 고린도교회가 잘 세워졌습니다. 바울은 자기가 그리스도에 관하여 열심히 가르쳤던 것이 고린도교회 안에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하면서 기뻐했습니다 (고린도전서 1:6).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고린도교회 안에 파벌이 생겼다는 소문이 들려 왔습니다. 바울을 따르는 바울파, 아볼로를 따르는 아볼로파, 게바 (베드로)를 따라는 게바파, 그리스도를 따르는 그리스도파, 이렇게 네 파가 생겼다는 것입니다 (고린도전서 1:12)

그 중에 가장 강력한 파가 아볼로 파였습니다. 아볼로는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에서 태어난 유대인이었습니다. 그는 교육을 많이 받았고, 성경에 능통했습니다. 아볼로에 대한 이야기가 사도행전 18:24-25에 나오는데요. New Living Translation에는 아볼로를 이렇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A Jew named Apollos, an eloquent speaker who knew the Scriptures well, had arrived in Ephesus from Alexandria in Egypt. He had been taught the way of the Lord, and he taught others about Jesus with an enthusiastic spirit and with accuracy (아볼로라는 말에 유창하고 성경을 잘 아는 한 유대인이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에베소에 왔습니다. 그는 주님의 도를 배워서 다른 사람들에게 예수님에 대하여 열정적이고, 정확하게 가르쳤습니다).”

이런 아볼로가 고린도에 와서 전도하자, 고린도교회 안에 아볼로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생겨났습니다. 물론 바울을 지지하는 사람들도 있고, 베드로를 지지하는 사람들도 생기고, 그리스도를 지지하는 사람들도 생겼습니다. 바울의 입장에서 보면 최대의 라이벌이 생긴 셈입니다. 라이벌 생기면 자연히 둘 사이에 경쟁심이 생기고, 시기심이 생깁니다. 목사님들끼리 라이벌이 될 수 있습니다. 선교사들 끼리 라이벌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교회 청년부 안에서 서로 라이벌 관계에 있는 사람들은 없나요? 있을지도 몰라요. 라이벌 관계는 어디서나 생길 수 있습니다.

만일 바울이 아볼로에 대한 경쟁심과 시기심을 어떤 식으로든지 해결하지 않았더라면, 사도행전의 기록이 달라지고, 초대교회의 역사가 달라졌을 지 모릅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바울은 정말 높이 평가 받아야 할 사람입니다. 훌륭한 인격자이고, 훌륭한 그리스도의 제자입니다. 바울이 아볼로와의 라이벌 의식을 어떻게 이겼는지, 그 말씀이 고린도전서 3:5-7에 나옵니다. “도대체 아볼로가 무엇 이고 바울이 무엇입니까? 나나 아볼로나 여러분을 믿도록 하고, 주님께서 각 사람에게 할 일을 맡기셔서 일하는 일꾼에 불과합니다. 나는 씨앗을 심었고, 아볼로는 물을 주었으나, 자라게 하시는 분은 하나님이십니다. 그러므로, 심는 사람이나 물을 주는 사람은 아무 것도 아니지만, 자라게 하시는 분인 하나님은 중요합니다 (After all, who is Apollos? Who is Paul? We are only God's servants through whom you believed the Good News. Each of us did the work the Lord gave us. I planted the seed in your hearts, and Apollos watered it, but it was God who made it grow. It's not important who does the planting, or who does the watering. What's important is that God makes the seed grow).”

이런 배경을 알고, 오늘 말씀을 읽어야 합니다. 바울이 고린도교회 교인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여러분은 마땅히 우리를 그리스도의 일꾼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마땅히’라는 말은 ‘ought to’ 당연히 우리를 그리스도의 일꾼으로 생각해야지 그 이상으로 생각 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일꾼들 (servants)’입니다. 나도 그리스도의 일꾼이고, 아볼로도 그리스도의 일꾼입니다. 우리를 그 이상으로 보지 말아 주십시오.” 이런 말입니다.

오늘 임명 받는 여러분은 이런 말씀 안에서 여러분이 누구인지 정체성을 발견해야 합니다. 여러분은 예수님의 일꾼들입니다. 여러분을 일꾼으로 부르신 분은 예수님입니다. 여기 ‘일꾼’으로 번역된 희랍 어 원문은 ‘둘로스 (δοῦλος)입니다. 영어로 번역하면 ‘slave (노예)’입니다. 여러분은 성도들을 섬기는 ‘일꾼’으로, ‘둘로스’로, ‘서번트’로, ‘슬레이브 (노예)’로, 예수님의 부름을 받은 사람들입니다.

여러분은 섬기는 일을 하면서 칭찬이나 명예나, 대가를 기대해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그리스도의 부름을 받았다는 것은 무한한 영광입니다. 바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By God's grace and mighty power, I have been given the privilege of serving him by spreading this Good News (하나님의 은혜와 무한한 능력으로 말미암아 나는 복음을 전파함으로써 그를 섬길 수 있는 특권을 받았습니다).” (에베소서 3:7)

여러분이 예수 그리스도의 서번트로 부름을 받은 것이 특권 맞습니까? 이 말씀이 우리 가슴을 울리는 것이 느껴지지 않습니까? 생각해 보세요.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었으면, 우리가 어떻게 그리스도의 서번트가 될 수 있었겠습니까? 찬송가 282장 ‘큰 죄에 빠진 날 위해’ 이 찬송가는 샬롯 엘리엇 (Char-lotte Elliot, 1789-1871)이 찬송시를 썼습니다. 어렸을 때 그녀는 밝고 명랑한 성격 이었습니다. 그런데, 서른 살이 되었을 때 몹쓸 병에 걸려 온 몸을 움직일 수조차 없게 되었습니다. 온종일 혼자 지내는 일이 많았고, 식구들과는 대화도 끊어졌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헨리 말랑 (Henri Malan)이라는 엘리엇의 오빠의 친구가 찾아왔습니다. “엘리엇, 누구든지 아픔이 있지만, 하나님은 우리가 견딜 수 있는 어려움을 주신 단다. 하나님은 그 고난을 이긴 사람을 사용하신 단다. 지금 네 모습 그대로 네 자신을 하나님께 드리면 하나님께서 받아 주실 거야.”

엘리엇은 그 말을 믿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웬 일인지 그의 말이 잊혀지지 않았습니다. “지금 내 모습 이대로 나를 하나님께 드리라고?” 엘리엇은 수없이 이 말을 반복하면서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이 가슴에 밀려 오는 것을 느꼈습니다. “Just as I am without one plea, But that Thy blood was shed for me, And that Thou bidd'st me come to Thee, O Lamb of God, I come! I come!” 이것이 훗날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찬송시가 되었습니다. 이 찬송시에 윌리엄 브래드베리 (William Bradbury, 1816-1868)가 곡을 붙였습니다. 빌리 그레이엄 목사님도 이 찬송을 듣고 회개하고 예수님을 영접했다고 합니다.

우리가 어떻게 주님의 서번트가 됩니까?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 달리신 주님의 은혜로 우리를 있는 그대로 받아 주셨기 때문에, 우리는 이러쿵 저러쿵 아무 이유대지 않고 우리의 있는 모습 그대로 주님께 나온 것입니다.

그 다음으로 생각할 말씀은, 우리는 하나님의 비밀을 맡은 관리자라는 것입니다. 여기 ‘관리자’라는 말은 ‘steward’라는 말입니다. 그런데, ‘하나님의 비밀 (the mystery of God)’이라는 말은 무슨 뜻 입니까? 마치 하나님께 무슨 감추어 놓았던 비밀이 있다는 말처럼 들립니다. 하나님께 비밀이 있습니다. 구약 시대에는 하나님께서 예언자들을 통하여 그의 말과 생각을 사람들에게 전달 하셨습니다. 그런데, 예언자들에게도 분명하게 말씀하지 않았던 하나님의 비밀이 있습니다.

이 말씀을 한번 보시지요. “God did not reveal it to previous generations, but now by his Spirit he has revealed it to his holy apostles. And this is God's plan: Both Gentiles and Jews who believe the Good News share equally in the riches inherited by God's children. Both are part of the same body, and both enjoy the promise of blessings because they belong to Christ Jesus (하나님께서는 지난 세대들에게는 이것을 알려주시지 않으셨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하나님의 성령을 통하여 그의 사도들에게 그것을 알려 주셨습니다. 즉 이방인들이 유대인들이나 복음을 믿는 사람들은 동등하게 하나님의 자녀들에게 상속된 풍성함을 누리게 된다는 하나님의 계획입니다).” (에베소서 3:5-6) 하나님의 말씀은 하나님의 말씀이 해석한다는 성경해석의 원리가 있습니다. 고린도전서 4:1에 나오는 ‘하나님의 비밀’을 에베소서 3:5-6 말씀이 해석해 줍니다.

하나님의 비밀이라고 해서 뭔가 특별한 것이 있는 줄 알았습니다. 오늘 우리에게는 너무나 평범한 내용입니다. 너무나 많이 들었던 내용이기 때문에 이젠 이런 말씀을 들어도 큰 감동이 없습니다. 설교 말씀을 듣는 사람들은 뭔가 더 새롭고 자극적인 것을 기대합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비밀에는 더 이상 새로운 것이 없습니다. 이미 모든 비밀이 드러났습니다. 아무리 성경을 파고, 더 깊이 연구를 해도, 더 이상 나올 하나님의 비밀은 없습니다. 이제 우리에게 주어진 책임은, 이 하나님의 비밀을 맡아서 관리하는 것입니다.

유진 피터슨 (Eugene Peterson)은 하나님의 비밀을 맡아서 관리한다는 말씀을 이렇게 해석했습니다. “We are servants of Christ, not his masters. We are guides into God’s most sublime secrets, not security guards posted to protect them. The requirements for a good guide are reliability and accurate knowledge (우리는 그리스도의 일꾼들이지 그리스도의 주인들이 아닙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최고의 비밀로 사람들을 안내하는 안내자들입니다. 하나님의 비밀을 지키는 경비원들이 아닙니다. 훌륭한 안내자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신실함과 그가 가지고 있는 정확한 지식입니다).”

누가 하나님의 비밀을 맡은 사람들입니까? 오늘 임명 받는 사람들입니까? 다시 한번 묻습니다. 누가 하나님의 비밀을 맡은 사람들입니까? 모든 크리스천들은 하나님의 비밀을 맡은 사람들입니다. 하나님의 비밀을 맡은 사람은 무엇보다 신실(信實)해야 합니다. 신실성이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저 사람에게 하나님의 비밀에 대하여 물어보면 잘 설명을 해 줄 것 같다!” 이런 믿음이 ‘reliability’입니다. 하나님의 비밀, 즉 하나님의 구원의 계획을 설명할 때는 정확해야 합니다. 여기에 단 한 군데라도 애매한 곳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이것이 ‘accurate knowledge’입니다.

우리 모두는 ‘하나님의 비밀’을 (다른 말로 하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하나님의 구원의 계획) 맡은 ‘그리스도의 일꾼들’입니다. ‘하나님의 비밀’을 맡았다고 하는 것은 단순한 특권이 아니라, 책임입니다. 주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A faithful, sensible servant is one to whom the master can give the responsibility of managing his other household servants and feeding them. If the master returns and finds that the servant has done a good job, there will be a reward. I tell you the truth, the master will put that servant in charge of all he owns (믿음직스럽고 주인의 마음에 드는 서번트에게 주인은 자기 집안의 다른 일꾼들을 관리하고, 먹이는 책임을 준다. 만약 주인이 돌아왔을 때, 그 서번트가 맡은 일을 잘 하고 있는 것을 본다면, 그에게 큰 상이 있을 것이다. 내가 진실을 말한다. 그 주인은 그 서번트에게 그의 모든 소유를 맡길 것이다.).” (누가복음 12:42-44)

‘reliability (신실함)’ ‘accurate knowledge (정확한 지식)’ ‘faithfulness (성실함 혹은 충실함)’ ‘sensibility (주인의 마음을 잘 읽는 민감함)’ 이런 것들이 주님의 서번트에게 요구되는 것들입니다. 해병대 출신들은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라고 합니다. 한번 주님의 서번트가 된 사람은 영원한 주님의 서번트입니다. 서번트에게 주는 상 (reward)은 일찍 은퇴해서 놀고 먹는 것이 아닙니다. 주인은 신실한 서번트에게 그의 모든 소유를 맡길 것이라고 하잖아요? 더 큰 책임을 맡는 것이 서번트 에게 주어지는 상입니다.

마지막으로, 여러분과 나눌 말씀이 있습니다. 주님이 서번트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무자비한 책임이 아닙니다. 하나님은 뿌리지도 않고 거두어 들이겠다는 식으로 그의 서번트들을 대하지 않습니다. 주님은 그의 서번트들의 연약함을 누구보다도 잘 아십니다. 하나님의 신실한 서번트였던 바울은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우리는 모든 일을 그의 뜻대로 이루시는 하나님의 계획에 따라 하나님 의 서번트로 선택되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이런 계획을 세우신 것은, 우리를 통해 위대한 일을 하시는 분이 하나님이신 것을 세상 사람들에게 알게 해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게 하려는 것입니다.” (에베소서 1:11-12) 나의 연약함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부끄러워하지 마십시오. 감추려고 하지 마십시오. 우리가 연약하면 연약할수록 우리를 통해서 일하시는 하나님의 능력이 더 잘 드러난다는 사실을 명심하십시오. 질그릇 같은 우리 속에 하나님의 보화가 숨겨져 있습니다 (고린도후서 4:7). 질그릇이 깨져야 그 안에 있는 보화가 드러나는 법입니다.